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대한민국 지방 마을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멸 위기 지방의 마을 부활, 20대가 이끄는 동네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특히 농어촌과 소도시는 인프라 부족, 교육·문화 서비스의 열세로 인해 젊은층의 유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그 중심에 20대 청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20대 청년들이 주도하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의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들이 지역에 불어넣은 변화와 의미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사라지는 마을’에 다시 불을 밝히다 – 청년들의 귀향과 정착
지방의 청년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고, 그 결과 수많은 농촌 마을과 읍내는 ‘고령화 1번지’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는 사례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인구 1,000명 미만의 작은 산골 마을이었습니다. 이곳에 20대 청년 5명이 함께 들어와 커뮤니티 공간 ‘산마루집’을 열었습니다. 폐가를 직접 수리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마을 어르신들과 협력해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면서, 주변 상점들도 활기를 되찾았고, 정기적인 플리마켓과 축제를 통해 지역 경제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전라남도 고흥군의 외딴 어촌마을에서도 청년 두 명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예술창작소 ‘파도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역의 어르신들과 예술가, 여행자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기획하며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의 귀향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지역을 재구성하는 하나의 창조적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자산을 콘텐츠로 바꾸는 힘 – 로컬 프로젝트의 혁신
청년들이 이끄는 로컬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것’을 ‘새로운 콘텐츠’로 전환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행정 중심 재생사업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생활과 경험 중심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쌓여 마을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만들어갑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백운면에서는 ‘로컬기록가’로 활동 중인 20대 청년이 주민들의 구술을 수집하여 마을의 역사와 기억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온라인 뉴스레터와 책자로 제작되어 외지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지요.
또한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시골 브이로거’로 활동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올리며, 농사일, 장터 풍경, 시골 라이프스타일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광고 수익보다 지역을 널리 알리고 싶은 목적이 우선이라 말하며, 댓글을 통해 마을을 방문하고 싶다는 사람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지역 콘텐츠의 생산은 청년들의 감각과 에너지에서 비롯되며, 마을을 전국적인 ‘관심지’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지속 가능한 마을을 위한 실험 – 공동체와 일의 재구성
청년들이 벌이는 프로젝트는 단순한 이벤트나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의 삶과 일, 공동체의 형태를 새롭게 그려내고자 하는 실험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 임실군의 한 마을에서는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청년 6명이 함께 협동조합을 설립해 농산물 가공 및 판매, 마을 카페 운영, 체험 프로그램 기획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되, 수익은 공동으로 관리하며 마을의 유지 및 청년 재유입을 위한 재투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마을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외부에서 귀촌을 고려하는 청년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경상남도 하동에서는 폐쇄된 정미소를 리노베이션하여 ‘청년 공유주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번갈아가며 이 공간에서 도시락 판매, 식재료 워크숍, 마을 식사 모임을 열고 있으며, 이는 고립된 삶의 구조 속에서 공동체의 온기를 되살리는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두,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지방의 현실’ 속에서 ‘함께하면 가능한 미래’를 실험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유연하고 창의적인 기획력은, 기존의 행정 주도 개발사업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며 새로운 지방 재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은 불씨’들이 곳곳에서 살아나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청년들의 등장은 단순한 인구 수의 보완이 아니라, 지방이 지닌 자산과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데에 그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은 이제 더 이상 ‘버티는 곳’이 아니라, ‘새롭게 꾸며가는 곳’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아직 미약하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청년들의 실험에 주목하고, 함께 응원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